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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키'19221125일 이발사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 성적은 좋았지만 고등학교 때는 잘하는 거라곤 없는 문제아였고, 여자애들에게 말을 걸 요령도 없었으며, 동급생들에게는 놀림거리였습니다. 그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 대부분을 영화와 만화책을 보는데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미네소타 대학 만화강좌에 등록하면서 드로잉에 눈을 뜹니다. 이후에도 그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1943년 군에 징집되어 세계 제 2차 대전에서 싸워야했죠. 무사히 퇴역한 그는 자신의고향인 세인트폴로 돌아가 상업미술 강의를 하다가 <꼬마 친구들>이라는, 자신의 첫 만화를 지역지에 연재합니다. 하지만 더 나은 조건에서 연재를 원했던 그는 뉴욕으로 가 유나이티드 피쳐스 신디케이트(만화, 사설 등 지은이의 주관이 있는 기사를 중소 언론사에 공급하는 곳)에 자신의 만화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찰스 M. '스파키' 슐츠가 연재를 시작한 초기 모습.


그리고 이것이 바로 '피너츠'의 시작이었습니다.

 

피너츠는 1950102일부터 2000213일까지 매일 연재된 네칸 만화입니다. 어른 없이 아이들로만 이루어진(실제로 어른은 언급되지만 전체 모습은 나오지 않습니다) 특이한 컨셉이 특징이며, 아이들 사이의 아이들답지 않은 대화들을 통해 전개됩니다.

네칸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50여 년 동안 17,897개의 만화를 그려낸 만큼 등장인물도 다양합니다. 우리는 보통 피너츠 하면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피너츠> 첫 화에서 찰리 브라운이 한 일은 그저 길을 지나가는 것 뿐이었으며, 스누피는 아예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첫화에 등장한 스누피도 단지 일반 비글처럼 보입니다. 비중이 적다는 이유로 삭제당할 위기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체가 바뀌면서 스누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마침내 스누피는 자신의 주인보다 더 유명한 등장인물이 됩니다. 또한 찰리 브라운도 처음에는 셔미와 패티라는 두 인물 사이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다가 바이올렛, 슈뢰더, 루시, 라이너스 등의 캐릭터가 더해지고 찰리 브라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피너츠>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 모습. 왼쪽 위에서부터 픽펜, 슈뢰더, 프랭클린, 샐리 브라운, 마시, 패퍼민트 패티, 라이너스, 스누피, 찰리 브라운, 루시, 우드스탁


우리나라에서의 <피너츠>는 단지 다른 미국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생각되지만 미국에서 <피너츠>란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바로 특정 기념일마다 방송되는 TV 스페셜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45편의 TV 스페셜(이 중 2개는 비디오용)이 방영된 피너츠 애니메이션의 첫 작품은 1965129CBS에서 방영된 찰리 브라운의 크리스마스(A Charlie Brown Cristmas) 였습니다.

1960년 초반, TV 프로듀셔 리 멘델슨(Lee Mendelson)은 본래 찰스 슐츠의 삶과 피너츠에 대한 TV 다큐멘터리를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또한 애니메이터 빌 멜렌데즈(Bill Melendez)를 섭외하여 다큐멘터리 안에 넣을 피너츠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습니다. 그렇게 다큐멘터리가 제작될 무렵, TV에 다큐멘터리를 상영해줄 방송사와 스폰서를 찾던 멘델슨은 19654, 코카콜라 컴퍼니에서 놀라운 제안을 듣게 됩니다. 자기 회사가 스폰서를 맡는 대신, 크리스마스 날 방영할 TV 스페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 학교 역할극, 성경에서 볼 수 있는 장면, 재즈와 전통음악이 가미된 ost 등의 구체적인 조건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러한 요구를 들은 원작자 찰스 슐츠는 회사에서 요구한 대로 단 하루만에 애니메이션 플롯을 짜서 보냈고, 멘델슨과 빌 멜렌데즈 프로덕션은 본래 CBS에서 제공한 예산을 2만달러나 초과한 96천달러의 예산으로 방영일로부터 거의 열흘 전 겨우 완성하게 됩니다.

 

첫 애니메이션이 완성된 후, 제작자들은 큰 기대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림체는 거칠었고, 소리와 색조도 선명하지 않았으며, 요구대로 넣은 재즈 음악은 어린이가 주인공인 만화 치고 너무 우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영 후 애니메이션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피너츠 자체의 분위기와 줄거리를 음성, 그림체, 음악 등이 극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이후 몇 년 동안 크리스마스가 되면 방송국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꼭 틀어줬고, 그 이후에도 추수감사절, 발렌타인데이, 신정 등 특정 기념일을 포함한 다양한 시간에 수많은 피너츠 TV 스페셜이 만들어저 방영되게 됩니다.(저는 개인적으로 빈스 과랄디 트리오(Vince Guaraldi trio)가 연주한 피너츠 애니메니션의 다양한 테마들을 즐겨듣습니다) 이 작품이 없었다면, 우리는 45개의 다양한 피너츠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도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수십 년 간 애니메이션의 플롯을 짬과 동시에 매일 펑크없이 네칸 만화를 그렸던 슐츠였지만(<피너츠>의 첫 휴재도 1997년 한 달 휴가가 전부였습니다), 세월과 병세는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말년에 파킨슨병과 대장암으로 19991214일 갑작스럽게 연재를 중단했고, 2000212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납니다. 놀랍게도, 그가 그린 세이브 만화까지도 없어져 공식적으로 마지막화가 인쇄된 날짜도 그가 죽은 다음 날이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만화에서는, 자신의 은퇴와 편집자, 독자들에 대한 감사, 찰리 브라운, 스누피, 루시, 라이너스 등 자신이 창조한 만화 캐릭터들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편지가 적혀져 있었습니다.

 

        <피너츠>의 마지막 회. 여러 피너츠 캐릭터들과 함께 슐츠가 쓴 편지가 눈에 띈다.

쓰다보니까 이야기가 좀 길어졌네요. 다음 편에는 피너츠에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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