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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정하고 못만든 영화’. 이 영화를 보고 든 첫 번째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난 레전드 발연기도 메소드연기처럼 보이는 연기, 윈도우 무비메이커로 대충 만든 것 같은 예고편. 귀신(이라고 말해야 할진 모르겠지만...)보다 계단이 더 눈에 띄는 공포영화라니. 못 만들었다는 생각 보다는 신선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무서운집ㅈ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하지만 이런 영화라고 절대 얕봐서는 안됩니다. 이 영화는 딱 한 곳에서 딱 한 차례 개봉하고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열광에 힘입어 재개봉했으며,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인 들꽃영화상에서 특별상 수상, 파리한국영화제 특별초청 등 상당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오직 여자배우 1, 빌라 한 채, 촬영장비만 가지고 이뤄낸 쾌거입니다. 얼마나 못 만들었길래이런 반응이 나오는 건지, 직접 보고 본능대로 써 보았습니다. 줄거리를 뒷받침해줄 몇몇 장면도 같이 캡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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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인트로 장면입니다.. 한 아주머니가 마네킹을 조립하고거기에 전형적인 귀신 소복과 귀신 가발을 올려놓네요예상대로이 마네킹이 1시간 반 동안 귀신이 되어 아주머니 눈앞에 나타납니다당연히 이 마네킹이 귀신이 돼어 나타나는지아주머니와이 관계에 대한 설명은 영화에 나타나지 않습니다개인적으로는그런 것 따위는 이러한 영화에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 같네요.

마네킹 옷을 입힌 후 어느 날아주머니의 남편은 아주머니가 준 수돗물 한 사발을 먹고 집을 나섭니다참고로 남편 역은 양병간 감독이 맡았으며이외에도 이 영화에서의 제작기획촬영조명동시녹음 등에 모두 관여했습니다감독이 영화 전체를 만들고 조율하는 것처럼남편 역으로 아내를 혼자 남기면서 귀신이 나올 본격적인 판을 벌려놓습니다.

남편을 보내고 혼자만의 자유를 얻은 여사님은 지하 스튜디오에서 뜬금없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다가 뜬금없이 귀신이 나타납니다아나운서도 울고 갈 정확한 발음으로 지른 비명소리와 계단 오르기는 덤실제로 이 영화의 주된 장소가 지하 스튜디오와 4층 집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오르내려야 하며덕분에 계산이 영화에서 씬스틸러 역할을 맡는 것처럼 보입니다계속 보다 보면 지루할 수도 있지만계단 위에서 제자리뛰기네발로 계단 오르기 등 여사님의 헌신적인 연기가 지루함을 잊게 합니다.

4층까지 같이 올라온 귀신을 문전박대하고우리의 여사님은 먹는 즐거움은 모든 두려움을 깨 준다’ 라는 말과 함께 온갖 집안일을 시작합니다.

커피와 비스킷 먹방토스트 먹방설거지양치질바닥쓸기큰일(...) 보기화장실 거울 청소바닥 걸레질정숙이와의 통화다시 걸레질김장선반청소짜파게티 먹방설거지...

이러한 행동이 30분 동안 나옵니다공포영화에서요심지어 그 동안 마네킹 귀신은 여사님의 단호한 행동에 상처받았는지 조용히 집의 초인종을 누를 뿐 코빼기도 보이지 않습니다이 영화가 개봉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먹방이 유행하면서 감독이 공포영화와 결합하는 신선한 시도를 한 것 같습니다마치 한 편에 연기군무노래로맨스유머가 모두 들어가 있는 발리우드처럼 말이죠그 결과공포와 함께 쿡방과 먹방을 모두 볼 수 있는 효율성이 높은 영화가 되었네요.

뒤척이기귀신 탐사 등으로 10여분이 지나고여사님은 갑자기 나타난 귀신에 목이 졸리는 꿈을 꿉니다이에 이상한 낌새를 느낀 여사님은 4층 집을 나와 긴 계단을 올라가고 스튜디오에 가는데직접 움직이는 마네킹 귀신을 봅니다자신이 다가갈 대상을 찾은 귀신은그때부터 여사님을 줄창 따라다닙니다침실로 도망가니 구석에 서있고욕실로 도망가니 욕조에 기대서 여사님을 맞이합니다여사님은 공포를 잊기 위해 침대에서 큰 소리로 책을 읽지만잠시 나갔다 오니 귀신이 책을 읽고 있습니다이쯤 되면 거의 민폐인데요자신의 원한을 풀기위해 나타났다 라기 보다는 나 좀 봐달라고 생난리를 치면서 따라다니는 것 같습니다.

여사님은 이 충격을 못 이기기고 잠시 기절하지만관종 귀신을 무찌르기 위해 너도 한방 나도 한방 귀신도 한방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무기인 죽창(실제로는 나무로 된 창)으로 정의구현을 하러 갑니다친히 집까지 온 귀신과 팽팽한 대치를 벌이다가 갑자기 커피를 타 마시는 여유를 보입니다그리고갑자기 흘러나온 베싸메무쵸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춥니다씬이 바뀔 때 마다 의상이 달라지면서 패션쇼를 합니다게다가마네킹 귀신까지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춥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을 보며 큰 충격을 먹었습니다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모든 영화 중 이 장면보다 더 뜬금없는 씬이 있었을까요스토리가 중심 요소인 영화에서 장면 간 개연성을 최대한 배제해본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특히 이 영상은 무서운집 OST 뮤직비디오(!)에도 사용되었으니 한 번 보셨으면 좋겠네요.

놀란 여사님은 죽창으로 귀신을 무찌르려고 하지만 계속 눈앞에서 사라지고결국 죽창을 들고 지하까지 내려갔지만 귀신 마네킹이 그대로 있음을 보게 됩니다이에 안심하여 죽창을 두고 4층까지 올라와 잠을 청하려고 하지만마네킹 귀신이 다시 나타납니다격분한 여사님은 식칼을 들고 귀신을 찾으려 4층과 지하 사이를 3번 왕복하다가 귀신과 지하 스튜디오에서 마지막 싸움을 치릅니다.

귀신에게 손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고귀신이 죽창을 들고 덤비는 등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우리의 여사님은 귀신의 배를 찔러 움직이지 못하게 합니다그 후 내뱉는 쿨한 한 마디, “내가 부엌칼 50단인 거 몰랐지?”<!--[endif]-->

그렇습니다양병간 감독은 공포영화에 코미디먹방까지 넣었음에도 모자라 액션까지 넣었던 것입니다덕분에 여사님은 평범한 주부에서 부엌칼 50단인 무술고수로 각성하였습니다단 칼에 죽창을 동강내는 힘날아오는 죽창 조각을 칼질로 제거하는 순발력귀신이 당황할 정도로 날랜 스텝까지... 손에 땀을 쥐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특히 마네킹 귀신의 목을 베고 승리의 기쁨으로 부르는 베싸메무쵸는 희열과 감명 그 자체였습니다.

수많은 영화 중 컬트영화라고 부르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소수 젊은이들에게 광적인 인기를 끄는 영화들을 일컫는 말이죠. 컬트영화의 선구자 역할을 한 럭키 호러 픽쳐쇼’, 못 만든 영화계의 시민 케인이라는 말을 듣는 더 룸등이 대표작입니다. 이러한 영화의 팬분들은 단체로 소극장에서 관람하여, 특정 씬에서 숟가락 던지기 등 특정 행동을 취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컬트 영화들은 혼자서 조용히 보는 것 보다는, 단체로 다같이 즐기면서 보는 것이 훨씬 재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컬트영화는 대게 괴작이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모든 괴작이 컬트영화는 아닙니다. 관람객과 평론가들에 의해 괴작의 칭호를 받는 것과,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게 괴작이라는 칭호를 주는 것은 엄연히 다른 거니까요. 이 영화가 개봉하기 전 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전자로서의 괴작은 많았지만, 후자로서의 괴작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이 영화에게 괴작이라는 칭호를 부여했고, 한 씬 당 수십번의 촬영 끝에 그 어떤 누구도 괴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컬트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딱 한 번만 시연하고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며칠간 재개봉 된 것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만약 몇몇 사람들이 이 영화를 진정한 컬트영화식으로 보는 계획을 세웠다면, 저도 기꺼이 참여하고 싶습니다. 여사님이 베싸메무쵸를 출 때 같이 추면서 노래 부르고, 여사님의 비명에 같이 웃고 즐기는 것이 이 영화를 가장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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