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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 내용의 주 소재가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코너에 넣은 이유는,  곳에 대한 경험도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것처럼 교훈을 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므로 양해 부탁드린다.

 

실패 박물관(The Museum of failed products), 이름만 들으면 세상의 수많은 박물관 중 특이한 박물관 중에서도 특이한 박물관일 듯 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전시한다고? 도대체 무엇을 전시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무심코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 생각보다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우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된 실패 박물관.

이 박물관의 창업자인 로버트 맥매스에 따르면, 원래 이 곳의 명칭이 실패 박물관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 명칭은 신제품 작업소(New product works). 로버트 맥매스는 취미로 해마다 나오는 신상품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고, 이를 진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아놓은 신제품들 중 어느 정도 인기를 얻은 제품들은 소수였고, 나머지는 시행착오란 이름으로 없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신제품을 수집하며 결국 몇만 종류가 넘는 실패품을 모아 이 박물관을 열었다.

 

출처: https://fortune.com/2018/02/22/museum-of-failure/

단순한 냉동 라자냐(파스타의 일종. 얇은 밀가루 반죽 안에 미트 소스를 넣고 치즈를 넣어 굽는다)이지만, 다양한 냉동 라자냐 중에서도 이것만 특히 실패한 이유가 있을까. 이 제품을 개발한 회사는 소비자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회사 그 자체로 인해 실패해버렸다. 이 제품을 만든 회사의 이름은 콜게이트(colgate), 외국의 유명한 치약 회사다. 우리나라로 치면 <2080 냉동만두>, <죽염 냉동피자> 정도로 볼 수 있을까. 맛과는 상관없이, 제품과 회사 사이에 너무 괴리감이 심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Betamax

 

베타맥스(betamax), 1975년 소니에서 출시된 비디오 포맷이다. 비디오 시대가 지난 지 오래 되었음에도, 실제로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베타맥스와 같이 경쟁을 펼진 VHS에 밀렸기 때문이다. VHS보다 좋은 화질과 음질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재생시간이 1시간 40분 정도로 3시간 정도인 VHS에 비해 짧아 긴 영화의 경우 두 개의 테이프가 필요하다는 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트리니트론 TV와 워크맨으로 70~80년대 전자기기를 주름잡던 소니는 자신들만의 규격을 전 세계 표준으로 만든다는 원대한 계획이 베타맥스와 메모리스틱 등 연이은 실패로 인해 소니 내에서만 쓰는 규격이 되었고, 브라운관 TV에만 투자하느라 LED TV 개발 시기를 놓쳐 삼성, LG 등에 TV 시장 자리를 양보하게 되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Gerber_Singles

gerber 사의 <gerber singles> 이다. 바쁜 회사원들이나 학생들이 빠른 시간 안에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을 목표로 개발되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다른 요소는 둘째 치고, 이것도 위의 사례처럼 회사가 문제였다. gerber 회사의 주 생산품 중 하나가 이유식이었는데, 그 누가 이유식을 만드는 회사에서 만든 이유식처럼 보이는 음식을 먹겠는가.  

 

이외에도 기발한 아이디어, 더 나아진 상품성으로 당차게 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실패한 제품들을 모아보면,

1. 아이들을 타깃으로 보라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깔의 케첩을 출시했지만 너무 색상의 괴리가 심해 실패한 heinz 사의 ez squirt

2. 스타벅스와 펩시가 합작하여 출시되었지만 커피와 콜라 그 어느 장점도 얻지 못한 채 실패한 커피소다 마자그란(MAZAGRAN)

3. 트위터 전용으로 발매되었지만 트위터를 제외하고는 별 기능이 없으면서 200달러에 육박하는 가격 때문에 실패한 트위터 픽(twitter peek)

4. 연기가 나지 않는 담배라는, 담배연기라는 문제를 해결했지만 정작 담배의 맛이 좋지 않아 버려진 담배

5. 요거트 샴푸. 듣기만 해도 이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에서 시큼한 요거트 냄새가 날 것 같다.

등이 있다. 더 다양한 제품을 알고 싶으면, 구글에 failured product라고만 쳐도 수십개의 실패한 제품들이 나온다.

 

실패 박물관에 전시된 수많은 실패작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제품들도 수십 번의 테스트와 수십번의 결정으로 인해 출시되었음에도 무시당하는 제품들을 보며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생각.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 시대를 앞서 나가는 아이디어가 사소한 하나의 접점으로 인해 앞서나가는 것이 아닌 이상한 것 취급을 당하는 것을 보며 아이디어와 성공은 별개라는 생각. 실패작들만 모아놨음에도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보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니라는 생각. 적어도 다른 박물관과는 달리 관람하는 시간에 비해 더욱 많은 것을 얻어가는 박물관인 것 같다. 머릿속을 지나가는 수많은 생각들이 우리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 세계가 진정되면, 직접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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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광고 디자인>, 마크 앤드류스, 마티스 반 루벤, 릭 반 바렌 지음, 우듬지,     출처: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05978929

 

우리의 삶에는 광고가 깊이 관여되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든, 눈치채지 못하든 간에 광고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광고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동영상 사이트만 하더라도 보기 전, 보는 중 끊임없이 보기 싫은 광고가 뜨며(어떤 것은 넘어갈 수 도 없다), TV에서도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때마다 20~30분씩 끊어 광고를 내보낸다. 아무리 그것들이 홍보의 한 전략이라 할 지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그 광고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는 힘들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광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짐에도, 우리들은 끊임없이 예상치 못하게 광고를 접하며, 모든 선택들에 광고가 미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한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이다.

 

이 책에 의하면, 광고는 인간의 세 가지 기본 욕구를 기초로 하여 메시지를 전달한다.

1. 체계 욕구: 인간이 이성보다는 본능적인 욕구를 얻도록 유도한다.

2. 사회적 욕구: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남들이 지나간 길을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3. 자아 욕구: 인간이 정신적, 육체적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광고회사는 이 세 가지 욕구 중 전체, 아니면 일부를 이용한 광고 방법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며, 그 기법이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지,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줄지는 사람들에게 맡긴다. 생각보다 간단한 결과에 허탈한 사람들도 있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이 책을 보고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이렇게 치밀한 방법으로 사람들을 세뇌한 광고회사들에게 분노를 표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보이는 광고들이 어떠한 기법으로 사람들에게 어떠한 주제를 주는지 분석하는 것, 그러한 기법을 우리 생활 속에서 활발히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본인의 초등학교 시절 취미는 아이디어가 좋은 광고와 상품들을 찾아보고 기록하는 것이었으며, 이러한 아이디어가 생각에 여러 도움이 된 적도 있었다.

 

우리가 이 책을 보고 난 후 광고들을 분석하기 위해서, 구글에 '기발한 광고'만 쳐도 수십 개가 나온다. 그들 중 몇 가지를 보자. 

 

 

어느 한 식료품 매장 광고다. 여기에 보이는 것은, 꼭지를 밑으로 하고 있는 토마토와, 토마토의 효능을 설명하는, 그 마저도 잘 보이지 않는 짧은 한 줄과, 매장 마크 하나가 전부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광고가 드러내는 메시지를 단 번에 이해할 수 있다. 토마토의 꼭지를 사람처럼 표현시켜 마치 사람이 무거운 것을 드는 것처럼 표현했고, '토마토를 먹으면 이 정도로 힘이 세진다 '라는 말을 드러내고 있다. 사물을 사람처럼 표현해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의인화"가 사용된 것이다. 의인화를 통해 사람은 사물과 유대를 형성해 사물에 대한 공감을 표현한다. 공감을 표현하고 긍정적인 인상을 심어준 것이 매장에도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은 덤이다.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출처: http://g1.globo.com/sao-paulo/noticia/2013/09/chiquinho-scarpa-coloca-bentley-na-cova-para-lembrar-doacao-de-orgaos.html

2015년, 브라질의 백만장자인 Chiquinho Scarpa는 자신이 사후에도 탈 수 있도록 50만 달러 상당의 벤틀리 한 대를 자신의 마당에 묻어놓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뉴스는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사람들은 돈을 낭비하는 그의 태도에 비난했고, 당일 기자들과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러자, 그 백만장자는 기자들과 사람들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한다.

"나는 내 차를 묻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차를 묻겠다는 내 행동에 불합리함을 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기증은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고,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음에도 장기를 묻는 것이 더 불합리하다."

즉, 이것은 장기기증 캠페인을 위한 백만장자의 아이디어였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기 위해, 확고한 사고방식을 흔들어놓고 상황의 인식을 바꾸는, "파괴와 재구성" 이 사용된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애지중지하는 차를 땅 속에 묻는다는 예상치 못한 요소로 관심을 끌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줘 상황을 바꾸는 것이다. 실제로 이 사건 이후 브라질 내 장기기증 비율이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하니, 그의 메시지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음을 볼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운전 중 휴대폰 사용의 위험성을 홍보하기 위해 축구경기 중 휴대폰을 만지는 행동을 한 골키퍼의 이야기도 있으니, 궁금하면 찾아보기 바란다.

 

광고는 어떻게 보면 처절하고 집요하다. 주변에 보이는 포스터나 한 줄 글귀 만드로도 우리에게 어떠한 것을 심어주려 눈을 톡톡히 뜨고 지켜보고 있으며, 부정적인 반응이 공론화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광고를 멈추지 않는다. 우리들은 이러한 광고의 홍수 속에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 광고가 어떤 방법으로 우리를 유혹하려 하는지, 실제로 홍보하고자 하는 것의 실체는 무엇인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분석하며, 조금 비겁한 일일 수도 있지만, 필요할 경우 분석하면서 알아낸 방법들을 우리가 직접 필요할 때 활용해야 한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그렇나 일들을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으며, 이에 더 나아가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광고에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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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추월차선' 이라는 제목은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책의 제목과 간략한 요약을 보고 홀린 듯 구매 버튼을 눌렀다.

경제 공부를 위해 책을 찾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 이상의 메시지를 던졌다.

군대 전역 후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막막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루어 가며 성실히 나아가고 싶었다.

조금은 융통성이 없고 곧이곧대로 이며 정해진 메뉴얼을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나에게는 이 책이 나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대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스펙을 쌓아 회사에 취직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부의 추월차선이 아닌 부의 서행차선을 타고 있다는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부의 서행차선을 가는 사람들은 안정한 '직업'을 원한다. 그들은 50세가 될때까지 일과 맞서 싸워야 하고 자산 관리를 하며 절약 정신을 가꾸어야 한다. 주식 투자 또는 부동산 등을 통해 자산을 불린다고 해도 결국에는 50세가 되어서야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반면, 부의 추월차선을 타는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자신의 시스템 내에서 타인을 고객으로 만들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준다. 영향력을 준 사람만큼 부를 늘릴 수 있다. 즉 그들은 안정된 '직업'이라는 것이 없다. 가치를 생산하고 타인의 지갑을 열게 한다. 저자가 경험한 듯 사업을 하여 고객들이 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 책을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제품 제작, 특허 등록, 프랜차이즈 만들기 등 자신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질문을 혼자 수없이 했다.

나의 지금까지의 삶은 부의 서행차선에 올라타는 지름길이었던 것일까?

공부를 할 때 안주하면 안된다고 늘 외치면서 정작 큰 목표는 안주하기 위함이었던 것은 아닌가?

대학교, 직장 등 세상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 안에 들어가 그들이 주는 서비스에 의존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반면, 이러한 생각도 공존했다. 경제적 자유가 목표가 아닌 명예, 사명감 등을 중요한다면 부의 추월차선이 필요할까?

 

아직 더 고민해봐야 겠다. 어떻게 내 인생을 꾸려 나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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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업에 치이고 시간에 쫓기듯 살아왔다. 쉴틈없이 달려왔던 나. 아니 사실은 쉴 타이밍을 잡을 용기가 없었던 나. 우한 코로나 사태로 의도치 않게 휴식을 갖게되며, 어쩌면 성인이 되고서는 처음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마음이 편해져서인지, 바쁘다는 이유를 핑계삼아 손을 놓고 있던 인문학 책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한 것이 기억이 안날 정도로 책과는 담을 쌓아놓고 살았다. 특히나 에세이, 자기계발서는 더했다. 괜히 다 아는 척, 어줍잖은 위로하는 척. 그런 문장을 담은 에세이는 도움 안되는 것이라고 치부해버릴 뿐이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작가 하완

 

 

 

 

 

 이때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저 나와 맞지 않는 책, 꼰대 책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봐와준 사람의 선물로 받은 책이기에, 그리고 어쩌면 너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해서이기에. 한 번 읽어보게 된 것이 아닐까. 읽기 전에 책에 대한 정보를 읽어보곤 하기 때문에 N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한 책 소개를 한번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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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작가 : 하완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 2018년 4월 23일

장르 : 에세이

 

이제라도 남의 인생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기로 했다!

사람은 저마다의 인생 스케줄과 속도가 있다고 하지만 나이에 걸맞은 인생 매뉴얼이라는 게 정해진 듯하다. 매뉴얼에서 벗어나면 득달같이 질문 세례가 쏟아지고, 독신주의자인 저자는 더욱 이런 질문 세례의 타깃이 되었다. 모두가 그에게 인생 매뉴얼을 따르지 않는 설득력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사실 저자는 인생 매뉴얼에 의문과 반항을 품고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롭지도 않았다. 항상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였고 그들 보기에 괜찮은 삶을 살려고 애썼다. 대입 4수와 3년간 득도의 시간, 회사원과 일러스트레이터의 투잡 생활까지 그동안의 인생 대부분은 인생 매뉴얼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것이었다.

하지만 수많은 인생 매뉴얼의 문턱에서 마주한 것은 나이에 걸맞은 것들을 갖추려 애쓰는 동안 자신만의 가치나 방향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어차피 인생 매뉴얼에서 멀어진 김에 자신만의 길을 찾기로 했고, 극약 처방으로 회사를 그만두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에서 내 인생을 살기 위해 더 이상 열심히 살지 않기로 결심한 저자의 실험에 대한 담담하고 솔직하고 진지한 고민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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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난 뒤 내 생각

 

 

 

 

 

우선 이 책을 읽고나서 나의 인생 매뉴얼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런데 그 전에 내 인생 매뉴얼에 대해 쓰기 위해선 나를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내가 나를 정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뒤따랐다.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타인의 관점이 아닌 나의 관점에서 나를 살펴볼 시간, 내 삶을 되돌아본 시간이 있었을까.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내 삶의 매뉴얼을 내 손으로 쓰기 위한 첫번째 관문은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나는 나 자신을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챙긴다면 남을 챙기는 편.

나는 내 주변사람의 행복에서 내 행복을 찾는 편이기 때문이 아닐까. 

 

2. 나는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큰 편이다. 아마 그렇기에 나는 모든 일을 대충하지 않는다.

 

3. 남들이 무얼 하면, 무언가를 하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을 부끄러워 하기도 한다.

사실 몇번만 더 생각하면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님에도, 자극을 받고 좀 더 열심히 하고자 한다.

 

 

이 책 때문만은 아니지만 약 두달간의 쉬어감 끝에 나에 대한 결론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에 대한 정의 3줄 정도를 내릴 수 있었다. 부끄러운 모습의 나도, 남들과 비교하는 나도 나이며, 남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나조차도 그저 '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때로는 흔들리고 고민하는 그런 사람이 '나'다. 매뉴얼까지 쓸만큼 나를 잘 알지 못안다는 사실에 조금은 괴로웠지만, 또 나름 알아가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걸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벗어나

오직 나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며

나에 맞는, 나를 위한 매뉴얼을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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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스는 루시의 동생입니다. 한때는 자기 누나와 같이 어울려 다니기도 했지만, 누나인 루시의 등쌀과 명령으로 인해 자신의 담요가 근처에 없으면 매우 불안해하여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태입니다(이로 인해 심리학계에서는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는 과도기에 엄마 대신 집착하는 대상인 이행 대상의 대표적 사례로 라이너스의 담요를 이용합니다). 누나인 루시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담요를 땅에 파묻고 벽장에 넣고 문을 잠궈버리는 등의 방법을 시도했지만 라이너스의 불안증세가 너무 커져 어쩔 수 없었습니다.


라이너스는 능력자입니다. 라이너스가 찰리 브라운만큼 성장하기 전 시기, 그는 풍선을 정육면체 모양으로 불 수 있었으며, 나무블록 쌓기, 카드탑 쌓기, 모래성 쌓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냈습니다. 성장 후에는 이러한 경향은 잘 나타나지 않지만, 남들과는 깊은 생각을 가지고 행동합니다. 이로 인해 라이너스는 찰리 브라운과 자주 어울려 지냅니다. 찰리 브라운도 깊은 생각을 하지만 라이너스를 제외하고는 주의 깊게 듣는 사람이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이러한 생각을 다른 캐릭터에게 말한 때, 비웃음만 받거나 면박만 받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어쩌면 두 인물 모두 서로 다른 경로로 심적 고통을 받고 그만큼 깊어진 생각을 가지기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서로 어울려 다닌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슈뢰더는 피아노계의 천재입니다. 자신이 아기일 때 찰리 브라운이 장난감 피아노를 처음 소개시켜 준 후, 누구의 도움도 없이 피아노곡을 연주합니다. 이러한 재능으로 몇 번 연주회도 열었고, 친구들과 야구를 할 때 포수를 맡는 행동 외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장난감 피아노를 연주하는 데 씁니다. (실제 피아노를 칠 기회도 여러 번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잘 맞지 않았나 본지, 만화가 끝날 때 까지 계속 장난감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슈뢰더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베토벤입니다. 루시의 슈뢰더를 향한 열렬한 구애(?)에도 불구하고 그 집념은 변하지 않습니다. 매년 베토벤이 태어난 날인 1217일이 되기 전 며칠 동안 팻말로 베토벤의 탄신일을 광고하고, 어떨 때는 스누피 까지 끌어들입니다. 실제로 만화에 등장하는 대부분 컷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외적으로 드러난 것이 많이 없기도 합니다.(적어도 제가 가지고 있는 피너츠 만화 중 1962년까지는 그런 것 같습니다)

 

내일은 베토벤 탄신일입니다/내일! 내일! 내일! /12월 16일/내일이 바로 그날입니다!/못참겠네.

스누피는 찰리 브라운이 살고 있는 집에서 키우는 개입니다. 처음에는 단지 엑스트라 형태로 나왔고, 초기에는 비중이 없다는 이유로 없애질 위기도 있었지만 슐츠가 이를 거부함으로써 가까스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슐츠가 애정을 가진 등장인물이라서 그런지, 슐츠는 스누피의 비중을 서서히 높여 거의 주인공인 찰리 브라운만큼 만화에 자주 등장하도록 만듭니다.(결국엔 스누피의 캐릭터성으로 인해 <피너츠> 등장인물 중 압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고, 2015<피너츠> 극장판이 개봉됐을 때 제목이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로 제목 맨 앞에 이름을 다는 경사를 맞았습니다. 찰리브라운 지못미 ㅠㅠ) 활발하고 끊임없는 체력을 가져 3대 지옥견 중 하나인 비글이라서 그런지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찰리 브라운을 포함해 다른 등장인물과도 잘 어울려 다닙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지날수록 스누피는 네 발보다 두 발로 서서 걸어나닐 때가 더 많아지는 경향이 보입니다.

           시간에 따른 스누피의 변천사, 1950년대를 제외하면 모두 이족보행을 하는 듯

스누피는 어떻게 보면 과대망상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생각을 합니다. 처음에는 독수리, 퓨마 등의 동물에서부터, 나중에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싸우는 병사라던지, 하늘 위에서 기관총을 든 채 싸우는 비행사라던지... 초기에 스누피의 흉내내기는 단지 자기의 모습을 바꾸는 정도로 그치지만(하지만 모습 흉내내기의 완성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경과 소리가 현실적으로 바뀌어집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스누피를 망상에서 깨울 때, 자신의 개집 위에 올라가 가상의 조종간을 잡고 흉내를 내는 모습을 보면, 어떨 때는 좀 허무한 느낌도 듭니다.

 

안타깝지만, 글쓴이가 가지고 있는 책 분량이 1962년까지인 관계로 이외의 설명을 구체적으로 하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바이올렛도 1951년부터 나온 전통적인 캐릭터긴 하지만 다른 인물들에 비해 캐릭터 자체의 성격이나 행동을 알기 어려웠고, 샐리 브라운은 1959년에 막 등장했고, 페퍼민트 패티, 마시, 프랭클린, 스누피의 가족 등 주요 캐릭터들은 아직 1962년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그 이후의 책을 살 수 있다면 새로운 인물묘사를 초가하거나 기존 등장인물을 더 자세히 묘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외 다양한 <피너츠>주요 등장인물들. 1970년대 후반까지 <피너츠 완전판>이 발매된다면 자세히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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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글을 쓸 수 있게 된 건 도서출판 북스토리의 영향이 컸습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발매된 피너츠 만화도 좋긴 했지만, 피너츠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등장한 후 그려진 만화들을 모아서 발매했기 때문에 그 이외의 만화들은 해외판을 구해야만 볼 수 있었죠. 하지만 2015년부터 슐츠가 그린 1950년부터 2000년까지의 모든 만화들을 2년 씩 시간 순서대로 내놓은 <피너츠 완전판>이 발매가 되면서 <피너츠>의 역사와 등장인물의 변화, 그림체의 변화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피너츠 완전판> 1950~1960 세트. 2018년 1월 7일 현재 10권(1968~1970)까지 출간되었다.

<피너츠>의 주인공인 찰리 브라운은 지그재그 무늬가 있는 티셔츠를 입고 다닙니다. 앞머리에 있는 약간의 머리다발(?)을 제외하면 대머리이며, 다른 인물에 비해 머리모양이 둥글어 가끔씩 지구본 대용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셔미와 패티*보다 나이가 적고 작은 인물로 묘사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과 동년배가 됩니다(이러한 경향은 나중에 루시와 슈뢰더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그는 여자애들에게 온갖 핍박을 당합니다. 처음에는 서로 괜찮게 지냈지만, 바이올렛과 루시가 등장하고, 루시가 찰리 브라운 상대로 체커에서 1000번 연속 승리를 거둔 때부터 세 명의 여자인물(패티, 바이올렛, 루시)에게 좋은 소리는 거의 듣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리 브라운은 그들에게 제대로 반박을 하지 못하는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후에 찰리의 좋아하는 빨간머리 소녀에게도 제대로 고백을 하지 못합니다. 1편에서 봤듯이, 원작자 찰스 슐츠도 고등학생 때 문제아였으며 별 볼 일 없이 지냈듯, 찰리 브라운도 자신의 옛날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그는 어느 리틀 야구팀의 감독 겸 선수입니다. 하지만 이 팀은 리틀리그 가입을 거절당한 모든 멤버들로 이루어졌고, 실제로 연전연패를 거듭합니다. 또한 개 한 마리(스누피)도 라인업에 포함시킬 정도로 인기가 없습니다. 이 팀의 멤버들은 경기가 있기 전날마다 비가 와서 경기가 미뤄지기를 바라며, 운이 없어 경기가 시작할 때는 몇백점 대의 점수를 내주고 집니다. 그만큼 실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멤버(피너츠 등장인물)들은 질 때 마다 감독인 찰리 브라운 탓만 하고, 찰리 자신도 자신의 잘못과 함께 멤버들의 비난을 함께 짊어집니다. 어떻게 보면 그의 인내심이 거의 탈 인간 급 수준인 듯합니다. 주위 사람들의 비난과 애완동물인 스누피가 찰리 브라운을 자신과 동급 혹은 그 아래로 생각한다는 걸 고려하면 말이죠.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마음대로 일이 진행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야구경기 중 중요한 득점 경기에서는 삼진을 먹고, 혼자서만 발렌타인 카드를 받지 못하며, 다른 아이들이 초콜릿을 받을 때 혼자만 돌을 받습니다. 아무리 최적의 조건에서 연을 날려도 도통 연이 뜨지 못하며, 계속 어딘가로 곤두박질치거나 항상 걸리던 나무에 걸려 연을 버립니다.(그 나무는 ‘kite-eating tree’라는 이름으로 가끔씩 만화에 등장합니다. 눈 오는 날 나무의 눈을 털면 찰리 브라운의 연 여러 개가 얽힌 채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그의 불운은, 위에서 설명한 그의 불운한 인간관계와 내성적인 성격을 더욱 부가시켜줍니다.

*셔미와 패티는 찰리 브라운과 함께 <피너츠> 첫 화에 등장한 인물입니다. 두 인물은 슐츠가 <피너츠>를 그리기 전 만화인 <릴 포크스>에 등장했었고, 셔미는 역사적인 <피너츠>의 첫 대사를 말하는 영광도 얻었죠. 하지만 슐츠는 두 캐릭터의 개성이 부족하다고 여겼는지, 60년대 후반 셔미의 역할은 프랭클린(<피너츠>에 등장하는 흑인 남자아이)에게, 패티의 역할은 샐리 브라운(찰리 브라운의 여동생)에게, 패티라는 이름은 페퍼민트 패티(활발하고 왈가닥인 스포츠광 소녀)에게 옮겨진 채 피너츠 애니메이션 외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게 됩니다.

 

길을 지나가는 아이가 찰리 브라운, 계단에 앉아 있는 인물이 각각 셔미와 패티이다.

흠! 여기 찰리 브라운이 오네./찰리 브라운, 좋은 애야. 어이!/찰리 브라운, 좋은 애야./나 쟤 싫어!

<피너츠>에서 찰리 브라운과 거의 반대의 성격을 띠는 인물인 루시는 1952년 아기의 형태로 처음 등장했습니다. 찰리 브라운의 경우처럼, 루시도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어 어느새 동년배가 됐죠. 위에서 말한 것처럼, 루시는 찰리 브라운을 비난하는 여자아이 중에서도 중심에 있습니다. 그가 일을 그르칠 때 마다 루시는 이 멍청아!(You Blockhead!)”라는 소리를 내뱉습니다, 미식축구를 할 때 마다 쥐고 있는 공을 슬쩍 빼 찰리 브라운을 엉덩방아 찧게 하는 몸개그는 일종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습니다. 이정도 보면 루시는 찰리를 거의 원수처럼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이 스트립*을 보면 좋아하는 사람을 볼수록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니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널 쥐어 팼을 거야!/찰리 브라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니!/어떻게 훗날 네 아이들의 엄마가 될 사람에게 여자를 때릴꺼란 말을 할 수가 있니!/ 으아아아!

난 지금 너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어, 찰리 브라운.../난 네가 좋은 대통령이 될지 아니면 나쁜 대통령이 될지 확신이 안 서.../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는/나는 완벽한 퍼스트 레이디가 될 거라는 거지!

루시는 떠버리계의 왕입니다. 자신의 마을에서부터 시작해 떠버리 주 챔피언의 자리까지 오르죠. 그만큼 자신의 요구에 약간의 다른 점이라도 있으면 고쳐질 때 까지 떠벌입니다. 이는 곧 자존감이 높고, 어떨 때는 이기적으로 보일만큼 자기주장이 확고한 성격을 드러냅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동생인 라이너스를 좋아하지는 못할망정 언제나 억압합니다. 자신은 외동으로 남고 싶다는 자신의 의견을 무시한 채부모님이 아이를 하나 더 낳았다는 것이 이유였죠. 라이너스는 스트립에 등장할 때마다 자신의 담요를 꼭 쥔 채 엄지손가락을 빠는데, 적어도 루시의 영향이 적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루시는 슈뢰더를 열렬히 사랑합니다. 슈뢰더가 계속 피아노를 칠 때 마다 피아노 뒤에 기대어 있으며, 어떤 말을 하든지 슈뢰더에게 호감을 사기 위해 노력합니다. 심지어 슈뢰더가 가장 존경하는 베토벤의 석상을 깨뜨리기까지 하면서 자신을 봐달라는 일종의 시위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뢰더는 성만 낼 뿐 관계는 조금도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루시가 석상을 깨트린 후에도, 그는 가만히 일어나 벽장에서 수많은 베토벤 석상 중 하나를 가져가 다시 놓고 피아노를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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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키'19221125일 이발사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습니다. 초등학교 성적은 좋았지만 고등학교 때는 잘하는 거라곤 없는 문제아였고, 여자애들에게 말을 걸 요령도 없었으며, 동급생들에게는 놀림거리였습니다. 그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 대부분을 영화와 만화책을 보는데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미네소타 대학 만화강좌에 등록하면서 드로잉에 눈을 뜹니다. 이후에도 그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고, 1943년 군에 징집되어 세계 제 2차 대전에서 싸워야했죠. 무사히 퇴역한 그는 자신의고향인 세인트폴로 돌아가 상업미술 강의를 하다가 <꼬마 친구들>이라는, 자신의 첫 만화를 지역지에 연재합니다. 하지만 더 나은 조건에서 연재를 원했던 그는 뉴욕으로 가 유나이티드 피쳐스 신디케이트(만화, 사설 등 지은이의 주관이 있는 기사를 중소 언론사에 공급하는 곳)에 자신의 만화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찰스 M. '스파키' 슐츠가 연재를 시작한 초기 모습.


그리고 이것이 바로 '피너츠'의 시작이었습니다.

 

피너츠는 1950102일부터 2000213일까지 매일 연재된 네칸 만화입니다. 어른 없이 아이들로만 이루어진(실제로 어른은 언급되지만 전체 모습은 나오지 않습니다) 특이한 컨셉이 특징이며, 아이들 사이의 아이들답지 않은 대화들을 통해 전개됩니다.

네칸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50여 년 동안 17,897개의 만화를 그려낸 만큼 등장인물도 다양합니다. 우리는 보통 피너츠 하면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를 떠올리지만, 실제로 <피너츠> 첫 화에서 찰리 브라운이 한 일은 그저 길을 지나가는 것 뿐이었으며, 스누피는 아예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첫화에 등장한 스누피도 단지 일반 비글처럼 보입니다. 비중이 적다는 이유로 삭제당할 위기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체가 바뀌면서 스누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마침내 스누피는 자신의 주인보다 더 유명한 등장인물이 됩니다. 또한 찰리 브라운도 처음에는 셔미와 패티라는 두 인물 사이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다가 바이올렛, 슈뢰더, 루시, 라이너스 등의 캐릭터가 더해지고 찰리 브라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피너츠>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 모습. 왼쪽 위에서부터 픽펜, 슈뢰더, 프랭클린, 샐리 브라운, 마시, 패퍼민트 패티, 라이너스, 스누피, 찰리 브라운, 루시, 우드스탁


우리나라에서의 <피너츠>는 단지 다른 미국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생각되지만 미국에서 <피너츠>란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바로 특정 기념일마다 방송되는 TV 스페셜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45편의 TV 스페셜(이 중 2개는 비디오용)이 방영된 피너츠 애니메이션의 첫 작품은 1965129CBS에서 방영된 찰리 브라운의 크리스마스(A Charlie Brown Cristmas) 였습니다.

1960년 초반, TV 프로듀셔 리 멘델슨(Lee Mendelson)은 본래 찰스 슐츠의 삶과 피너츠에 대한 TV 다큐멘터리를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또한 애니메이터 빌 멜렌데즈(Bill Melendez)를 섭외하여 다큐멘터리 안에 넣을 피너츠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습니다. 그렇게 다큐멘터리가 제작될 무렵, TV에 다큐멘터리를 상영해줄 방송사와 스폰서를 찾던 멘델슨은 19654, 코카콜라 컴퍼니에서 놀라운 제안을 듣게 됩니다. 자기 회사가 스폰서를 맡는 대신, 크리스마스 날 방영할 TV 스페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 학교 역할극, 성경에서 볼 수 있는 장면, 재즈와 전통음악이 가미된 ost 등의 구체적인 조건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러한 요구를 들은 원작자 찰스 슐츠는 회사에서 요구한 대로 단 하루만에 애니메이션 플롯을 짜서 보냈고, 멘델슨과 빌 멜렌데즈 프로덕션은 본래 CBS에서 제공한 예산을 2만달러나 초과한 96천달러의 예산으로 방영일로부터 거의 열흘 전 겨우 완성하게 됩니다.

 

첫 애니메이션이 완성된 후, 제작자들은 큰 기대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림체는 거칠었고, 소리와 색조도 선명하지 않았으며, 요구대로 넣은 재즈 음악은 어린이가 주인공인 만화 치고 너무 우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영 후 애니메이션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피너츠 자체의 분위기와 줄거리를 음성, 그림체, 음악 등이 극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이후 몇 년 동안 크리스마스가 되면 방송국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꼭 틀어줬고, 그 이후에도 추수감사절, 발렌타인데이, 신정 등 특정 기념일을 포함한 다양한 시간에 수많은 피너츠 TV 스페셜이 만들어저 방영되게 됩니다.(저는 개인적으로 빈스 과랄디 트리오(Vince Guaraldi trio)가 연주한 피너츠 애니메니션의 다양한 테마들을 즐겨듣습니다) 이 작품이 없었다면, 우리는 45개의 다양한 피너츠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도 볼 수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수십 년 간 애니메이션의 플롯을 짬과 동시에 매일 펑크없이 네칸 만화를 그렸던 슐츠였지만(<피너츠>의 첫 휴재도 1997년 한 달 휴가가 전부였습니다), 세월과 병세는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말년에 파킨슨병과 대장암으로 19991214일 갑작스럽게 연재를 중단했고, 2000212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납니다. 놀랍게도, 그가 그린 세이브 만화까지도 없어져 공식적으로 마지막화가 인쇄된 날짜도 그가 죽은 다음 날이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만화에서는, 자신의 은퇴와 편집자, 독자들에 대한 감사, 찰리 브라운, 스누피, 루시, 라이너스 등 자신이 창조한 만화 캐릭터들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편지가 적혀져 있었습니다.

 

        <피너츠>의 마지막 회. 여러 피너츠 캐릭터들과 함께 슐츠가 쓴 편지가 눈에 띈다.

쓰다보니까 이야기가 좀 길어졌네요. 다음 편에는 피너츠에 나오는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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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 일본에 한 애니메이션이 방영됩니다. <케모노 프렌즈>, 우연히 이상한 세계에 떨어진 주인공이 동물 복장을 한 다양한 캐릭터와 모험을 하는 줄거리입니다. 첫 시작은 미미했으나 일본 동영상 사이트를 시작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그 해 1분기 최고의 화제작이 됩니다. 이러한 화제성으로 <케모노 프렌즈>와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가 만들어졌는데, 그 중에는 일본 도부동물공원에서의 콜라보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케모노 프렌즈>의 주요 캐릭터들이 그려진 패널을 도부동물공원에 개시했고, 훔볼트펭귄을 의인화한 후루루의 패널도 훔볼트 펭귄의 우리에 개시되었습니다.

그 때 까지는 이러한 이벤트가 동물원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이벤트 중 하나라고 생각했으며, 6월 말이 되면 철거할 예정이었습니다. 이벤트 중에 일어난 갑작스러운 일만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グレープ penguin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어떤 수컷 훔볼트 펭귄 한 마리가 하루종일 후루루 패널을 지켜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펭귄의 이름은 그레이프. 인간 나이로 20세로, 펭귄 나이로 치면 할아버지 정도였습니다. 나이로 인해 사육사가 억지로 집에 옮길 때 까지, 그는 계속 그 패널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패널을 향해 날개를 흔들고 소리를 내는 구애 행동을 하는 등 그의 사랑은 더욱 깊어져갔습니다.


알고 보니 그에게는 힘든 과거가 있었습니다. 그의 아내였던 펭귄이 그를 두고 다른 펭귄과 사귀기 시작한 것입니다. 두 펭귄 사이에는 새끼까지 있었고, 크게 좌절한 그레이프는 홀로 생활을 하다 후루루 패널에 집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떤 펭귄이 펭귄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사랑한다는 소식은 일본 전체로 퍼져 후루루의 성우가 그레이프를 보러 방문하기도 했고, 방송에서도 소개되었습니다. 그 때도 그레이프는 오직 후루루 패널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이제 그는 자기 자신만이 아닌 다른 펭귄까지도 그의 애정행위(?)에 끌여들였고, 이에 따라 도부동물공원 측은 애초에 이벤트가 끝나 모든 패널이 치워질 625일에도 후루루 패널만은 남겨 두었고, 그레이프를 주제로 한 이벤트까지 기획할 정도로 최대한 그의 사랑을 배려하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이미 펭귄이 살 수 있는 시간을 넘어선 상태였고, 20171012일 하늘나라로 떠나게 됩니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도, 그의 곁에는 언제나 후루루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난 후, 원작 화가인 요시자키 미네는 후루루와 그레이프가 그려진 그림을 도부동물공원에 선물했고, 동물원은 훔볼트 펭귄 우리 근처에 그를 위한 추모장소를 마련하여 그를 기억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일이었습니다. 신기하기도 했고, 뿌듯하기도 했고, 놀라기도 했고, 슬프기도 했고, 생각할 거리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는 종이 수렵 생활에서 벗어나 농사와 농장이라는 것을 창조하기 시작할 때부터,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힘든 수렵 대신 키워서 잡아먹자는 생각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의식주가 목적이 아닌, 자신의 성취감과 즐거움을 위해 키우는 애완동물이 등장했고, 현재는 도마뱀, 슈가글라이더 등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이 길러지고 있습니다.

애완동물은 주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주인의 삶이 애완동물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애완동물들은 삶의 대부분을 자신의 주인님과 함께 살아가면서 주인의 소리와 행동을 직접 보고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SNS에서 인간처럼 행동하는 애완동물들을 보면서 소소한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인간의 행동에 대해 상상 이상으로 침투해오는 동물도 존재함을 이 일을 접함으로써 알게 되었습니다. 생전에는 이루지 못했던 사랑을 하늘나라에서 잘 이루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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