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리프킨이라는 경제학자에 대해서 한번씩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엔트로피'라는 책과 '3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경제학자인데, 에너지 낭비와 경제를 엮어서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매번 밝혀오는 깨어있는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원래는 '접속의 시대'라는 책 제목이 맞겠지만, 민음사(번역가 이희재)에서 제목 번역을 자의적으로 '소유의 종말'이라고 붙였다. 소유와 접속의 개념이 반대라고 여기고 이런 번역을 한 것 같은데, 조금 뒤에 나오겠지만 내 사견으로는 조금은 불안정한 번역이 아닐까 싶다.
우선 이 책의 주요 개념 5개를 추려보자면 대충 이렇게 정리가 될 것 같다.
1. ‘사이버 스페이스’의 등장과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 조짐
2. ‘시장 경제 체제’에서 ‘접속 경제 체제(네트워크 경제 체제)’로의 변화
3. 자본주의와 상업주의의 결합으로 인한 고유문화의 파괴
4. ‘접속할 수 있는 자’와 ‘접속할 수 없는 자’ 사이의 간극
5. ‘The New Gate Keeper’의 등장과 ‘문화적 중재자’의 성장
사실 경제학 책이라는 것이 약간은 딱딱할 수 있지만 나는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개념을 현재에도 통용되고 있는가에 대해 비교해가며, 이가 어떻게 바뀔지를 생각해보며 읽으니 괜찮았던 것 같다. 나는 사물 인터넷이 발달하고, 실생활에 조금 더 첨단기술이 적용되기 시작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제레미 리프킨이 제시한 ‘접속’이라는 개념 중에 시간을 산다는 부분은 조금 퇴화하고, 연결의 기능이 강화될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보게 되었다. 연결이라는 선행적 개념이 우선되어야 시간을 소모하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연결이 조금 더 중요시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런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과학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어떠한 개념을 정의하여 설명하는 사회과학은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토대가 되어야하는데, 순수과학이라면 실험 등을 통해 근거를 얻어낸다면, 사회 과학은 한 이론을 정의하기 위해 정말로 많은 관점에서 한 이론을 검증해 나간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이 2001년에 지어진 책인데도 아직까지의 사회 현상을 대체로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사이버 스페이스’의 등장으로 인하여 너무나도 빠른 변화가 발생되고 있고, 물건을 ‘소유’하여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시대는 저물고, ‘접속’을 통한 일시적 사용의 시대가 이미 시작되었다. 이 책이 쓰여진 2001년, 즉 17년 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로 이제는 공유경제 시대로 다다랐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삶에 '렌트'는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깝게는 쉐어하우스, 전세 등등의 개념으로 설명이 되겠고, 조금 멀리는 기업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업들의 경우, 최근 1~20년간 꾸준히 트렌드처럼 ‘물질적인 것’을 팔기보다는 ‘물질을 임대할 수 있는 시간’, ‘물질적인 것을 정의할 수 있는 브랜드’ 등을 팔고 있다. 또한 물질의 ‘시장 점유율’ 보다는 소비자들의 ‘시간 점유율’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인 환경에 적응하여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시간'의 개념으로 물건 및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접속'의 가장 터프한 접근 및 해석이 아닐까 싶다. ‘접속’이라는 것은 장점도 뚜렷하고, 단점도 뚜렷한 사회현상이다. 한 편에서 보면 변화에 발맞춰 빨리 나아갈 수 있지만, 또 다른 한 편에서 보면 접속자와 비접속자 사이의 간극이 소유자와 비소유자의 간격보다 더 빠르게 커진다는 점과, 접속을 통해 빠르게 변화해가면 고유의 문화 축적이 쉽지 않다는 점이 단점이다. 최근에는 이런 부분이 두각되면서 소유와 공유경제가 혼합되는 모양도 보여지고 있다. 그렇기에 원제인 ‘The Age of Access’가 조금 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접속의 시대’의 변화된 모습이나, 문제점들을 지적해주는데 있어 잘 표현해주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소유와 접속을 굳이 척점에 두어야만 했는가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 당시 시대에는 소유와 공유경제는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었을테니 이해는 되지만, 지금은 소유경제와 공유경제가 함께 혼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차라리 '접속의 시대'라는 제목이 조금 더 현재를 잘 설명한다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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