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열댓편 정도의 드라마가 방영이 되지만, 내가 어쩌다 챙겨보게 되는 드라마는 한 편이 될까 말까. 특히나 몹시 바쁘고, 심적으로 지쳐있는 이 시기에 '문화 예술'을 즐기기가 쉽지는 않다. '문화 예술'이란 것이 바쁘게 살다보면 가장 먼저 삶에서 제쳐두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니까. 특히나 '드라마'라는 장르는 '문화 예술' 중에서도 타 장르에 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이 많은 편이라 바쁜 삶을 사는 도중에는 드라마를 꼭꼭 챙겨보기가 쉽지만은 않다.
나 같은 경우에도 나름 올해 초순부터 12월 중순까지는 바쁘게 살아왔고, 너무 지쳐있었기에 옆을 돌아볼 틈이 없었기에 내가 좋아하는 취미인 드라마 감상은 잠시 뒤로 제쳐두게 되었다.(사실 이렇게 말하기는 하지만, 당신이 잠든 사이에 라는 드라마를 보긴 했었지만 제쳐두기로 한다.) 이제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할 때쯤, 잠깐 페이스북 클립영상에서 '이번생은 처음이라'라는 드라마를 우연하게 알게 되었고, 그 우연이 나에게 많은 생각과 고민거리를 가져다 주었다. 시청률 5% 남짓의 종편드라마였던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나에게 이렇게까지 깊은 울림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처음에는 생각치 못했던 것 같다. 생각치 못했기에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나는 드라마에서 '1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첫 화를 보고 내가 이 드라마를 볼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하는 편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어땠냐고 묻는다면, 모든 아쉬운 부분을 커버할 만한 한방을 가진 '1화'라고 평가하고 싶다.
너무 드라마틱한 설정. 그게 한 가지 흠이었다. 어쨌든 '가상'을 풀어낸 드라마의 한계였을까. 집주인과의 주거공간 계약 결혼이라는 드라마틱한 설정과 남세희의 감정 묘사와 관련된 부분에서 첫 화만을 봤을 때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캐릭터 설정이 몇 군데 있다는 느낌을 받긴 했다. 모든 화를 본 지금도 굳이 계약결혼이라는 설정을 잡았어야 했는가에 대한 생각은 들지만, 캐릭터 설정 부분에서는 남세희의 감정선과 윤지호의 감정선의 접점을 찾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첫 화를 볼때 부담스러움을 느낀다면, 드라마 시청을 그 자리에서 그만둘 수도 있기에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
잠시 잊고 살았다.
이번 생도, 이 순간도,
다 한번 뿐이라는걸
'
바로 이 대사가 내가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끔 만든 한 방이었다. 남세희가 실연의 아픔에 힘들어 하는 윤지호를 보고 했던 말, 그리고 그 말을 생각하며 윤지호가 던진 독백이다. 극 속 윤지호가 나에게 던져준 말 한마디는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힘들고 지쳐 있던 내게 짧은 말 한마디로 나를 토닥여줬다. 내가 무엇을 하든 다 처음이니까, 너무 자책하지말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였지만,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그 이야기를 해줘서였을까.
그래서 '이번생은 처음이라'를 보게 되었던 것 같다.
p.s.
이번 생이 처음이라,
내가 많이 서툴렀지만
또 다른 처음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번 생을 기대해본다.
2017년도 처음이었지만,
2018년도 처음이기에.
나는 또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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