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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속하게도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8월도 이제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여름을 상징하는 더위는 여전히 우리 곁을 지키고 있지만, 며칠만 지나면 서늘한 바람이 우리를 감싸오지 않을까. 


 나는 우연찮게 '학교 2017'이라는 드라마를 재방송으로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I.O.I 멤버였던 세정이 출연한다길래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8월 한 달이 너무 바빠서 그런지 막 그렇게 챙겨보기는 힘들었다. 그래서일까, 현재 10회차까지 방영된 걸로 알지만 나는 아직까지 4회차 정도 밖에 보지 못했다.



 나는 이종석과 김우빈, 장나라 분이 나왔던 학교 2013부터 꾸준히 학교 시리즈를 지켜봐왔다. '학교 2013'과 실제 일선 학교들에서 나타나는 모습의 높은 유사도를 봐서 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학교 시리즈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재작년 '후아유'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었던 시리즈가 혹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름대로는 재밌게 보았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학교 시리즈의 특성을 아예 잃어버린 후아유 시리즈를 학교 2013처럼 좋아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학교 2013과 학교 2017의 가장 큰 차이는 '입시 문제'가 아닐까 싶다. 2013년에 비해 다양하고 중요해진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주목도가 특히 눈에 띈다. 학력고사나 수능 등, 일제히 치르는 시험으로 대학을 갔던 예전과 달리 학교 안에서의 내신, 학교 안팎에서의 활동들이 대학 입시에 중요하게 작용하게 되었다는 것이 학교 2017에 녹아있구나 싶었다. 그 시대의 작품은 그 시대의 현실을 반영한다는 말이 있듯, 우리의 교육, 우리의 대학입시 또한 드라마 속에 투영되었다. 웹툰 공모전에서 3등안에 들면 (극 중에서 서울대 격인) 한국대에 입학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라은호(김세정) 캐릭터에 덧입혀졌고, 학종에서 생기부가 중요하니 대학 입시를 위해 생기부에 한줄이라도 좋은 글이 적히기 위해 친구마저도 팔아먹으며 상점을 쌓으려 노력하는 모습들이 3~4화 에피소드로 나오기도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최근 입시를 직간접적으로 겪어본 사람으로서도 과장 조금 보태서 저런 극 중 상황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학생부 종합전형이란 것이 빛 좋은 개살구 같다고 생각한다. 말은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을 뽑으며,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뽑는다고 하지만, 이를 평가하는데 필요한 생기부는 참으로 다루기 어려운 존재이다. 좋은 생기부 작성을 위해서는 양질의 활동, 성실한 태도 등이 뒷받침 되어야하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학생부 종합전형을 위한' 혹은 '선생님의 권위를 위한' 생기부가 되버리곤 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취지와는 다르게 일선 학교에서는 이상한 형태로 변질되어 생기부가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먼저, 학생이 원하는 대로 생기부를 작성해주기 위해 참고자료라는 명목으로 학생보고 생기부 형식을 따서 쓰고 싶은 내용을 선생님 대신 써오라는 경우가 있다.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학생들 입시에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어서 그랬겠지만, 이는 평소 학교 생활을 토대로 작성되어야 하는 생활기록부의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특히나 자사고나 특목고의 부자 학생들의 경우 방학 때를 이용해 이런 형태의 기초자료를 입시 컨설턴트에게 맡겨 최고의 생기부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는 정시 축소를 통해 사교육을 감경하겠다는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에 어긋나는 상황이기도 하다.


 더불어 생기부를 무기로 삼아 소위 '갑질'을 하는 선생님들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학교 2017에서는 범인 X를 잡기위해 서로를 헐뜯게하는 상벌점제를 옳지 않은 교칙임에도 불구하고 생기부를 무기로 삼아 시행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극 중이라서 과장된 부분이 분명히 있었겠지만, 교사의 주관적인 의견이 기술되는 생활기록부의 특성상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 처럼 같은 활동을 했더라도 학부모의 치맛바람이 센 학생이면 더 자세히 적어주고, 그냥 그저그런 성적의 학생이면 조금만 적어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기에 나는 생활기록부가 입시자료로 쓰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훨씬 공정하고, 깔끔하게 관리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활기록부에 주관적인 의견은 줄이고, 사실만 기재하는 가장 단순한 대책도 있을 것이고, 학생들이 무엇을 했는지 조금 더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여러명의 담임교사가 한 반을 담당하거나 교사 한명당 학생 수가 적어지도록 대책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대책은 최근 사범대 졸업생들의 취업문제와도 연관되어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선생님을 늘이게 되면 뒤따르는 재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모르니 따져봐야 할 것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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