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ument.onkeypress = getKey;
반응형

2017618, 프랑스에서 열린 칸 광고제에서 <The Power Of Boredom>(지루함의 힘)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제일기획의 CCO(최고 광고책임자)CJ E&M 부사장이 강의자로 나왔죠. 그런데, 세미나의 주 내용은 두 사람이 아닌, 다른 두 사람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CJ E&M 소속 PD 나영석, 그의 프로그램 대부분에 출연한 배우 이서진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10여년 전 KBS 신입 PD였고 잘 나가는 드라마의 주연 배우였던 그들이 어떻게 칸 광고제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는지, 그들의 강의 내용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가 처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KBS <12> PD를 맡으면서 부터입니다그는 마치 제7의 멤버처럼 기존 출연자들과 방송에서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재미를 이끌었고분당최고시청률 51.3%를 기록하는 등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만들었습니다. KBS를 퇴사하고 CJ E&M에 입사한 후에도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등 연이어 여행프로그램을 히트시켰습니다.

하지만그는 연이은 여행프로그램을 하면서 심리적육체적으로 지쳐갔습니다. 실제로 KBS에서 퇴사한 이유도 계속된 프로그램촬영으로 인해 시즌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KBS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임에도 불구하고 tvN에서 계속된 여행 컨셉으로 프로그램을 찍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PD는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느끼는 지루함이라는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그럴 무렵,

만약 나에게 10일간 휴가가 주어진다면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 들었고이에 대해 나영석 PD의 파트너인 이우정 작가는 이러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여행도 싫고사람도 싫고피곤하니까 시골집에서 비오는 소리 들으면서 파전 만들어 먹고 만화책이나 보고 실컷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

어찌 보면 너무 허무한 질문 일수도 있겠지만그에게는 심히 공감되는 말이었습니다이는 그가 바빠지기 전 까지 꾸었던 그의 꿈이었기 때문입니다실제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여행을 가는 행위는 또 다른 스트레스를 만든다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여행가는 위치 정하기여행 경로 정하기여행 경비 정하기 등등... 어찌 보면 시원하고 좋은 곳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게 실질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인 것 같습니다나영석 PD는 이를 하나의 사자성어에 빗대어 표현했습니다.

무위도식어떠한 일도 없이 먹고 놀기만 하는 행위게으른 사람을 뜻하는 언어예전에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 단어가 현재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뜻하는 단어라니.

이를 계기로 나영석 PD는 본격적으로 시골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으나하나의 문제에 직면합니다시골집을 빌리는 값이 너무 비쌌습니다이는 그에게 자신 말고도 나처럼 무위도식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전해주었습니다하지만 먹고살기 힘든 현실에서 이는 단지 꿈이었고단지 자신들의 꿈을 다루는 잡지 등을 보며 상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심지어 잡지에 나오는 사진이 너무 인위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잡지에 나오는 장면들에 행복해했습니다이를 보면서PD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고 경험하는 자연생활을 느낄 수 있는 TV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지금까지우리나라 TV 프로그램의 대부분의 모토는 경쟁’ 이었습니다가수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요리사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실제로 우리나라의 사회는 끊임없는 경쟁의 연속이고그러한 경쟁들을 통과해내고 좌절하며 하루하루 살아갑니다그것이 곧 성공의 지름길이고최하위가 아닌 일등이 되어야만 한다고성공이 곧 행복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그러한 경쟁에 지친 10~20대들은 성공한 삶과 행복한 삶을 구분 지었습니다성공보다는 휴식과 출산휴가를 선택하고야근수당을 더 받음에도 불구하고 야근을 원하지 않습니다.

매일 늦은 밤 까지 일하여 휴식을 꿈꾸는 사회에 맞춰나영석 PD는 오직 먹고 놀고 자고아무것도 하지 않는 TV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그것이 바로 <삼시세끼>입니다이 기획에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고심지어 출연진(특히 이서진)도 같은 반응을 보였지만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삼시세끼>는 3시즌(정선 2시즌고창 1시즌), <삼시세끼 어촌편>도 3시즌 동안 방영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2015년 PD로서는 두 번째이자 16년만에 백상예술대상 TV부분 대상을 수상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나영석 PD는 <삼시세끼>의 성공이유를 감당가능한 판타지라는 말로 요약했습니다실제로 이 프로그램 이전 비슷한 컨셉의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삼시세끼만큼의 파장을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고급 빌라에서 수많은 셀러브리티들과 함께 보내는 생활은 시청자들에게 실현할 수 없는 꿈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하지만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생활들이지금은 단지 판타지일 뿐이지만 한 번 마음먹으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겠다고 느낀 것입니다. <삼시세끼>의 히트 후시골 생활을 동경하고 실현해보고 싶은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기존보다 31% 정도 증가했습니다그리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를 <삼시세끼>로 인해 일어난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삼시세끼>와는 같은 듯 다른 프로그램인 <윤식당>의 성공도 이와 같은 이유입니다뉴욕이나 파리가 아닌자신 집의 보증금 정도의 돈으로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식당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의거하여 시청자들의 상상을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나영석 PD의 대표작인 4개의 프로그램(12꽃보다 시리즈삼시세끼 시리즈윤식당에 모두 출연한 배우 이서진에 대해 나PD는 자신의 페르소나한 번 맛보면 다시 맛보고 싶은 욕망에 빠지게 하는 정크푸드라고 평했습니다이러한 평가에 대해 배우 이서진은 예능에서 자신이 현실적이고 솔직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평했습니다.

실제로 예능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위해 기본적으로 과장하는 경향이 존재합니다어떤 사람들은 그들의 과장된 행동에 재미를 느낄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에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이서진은 예능에서 그러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힘들 때는 힘들하고 말하고싫을 때는 싫다고 말하며 PD와 일으키는 자연스런 불협화음이 기존의 과장되고 인위적인 화음보다 더 좋은 효과를 거둔 것입니다그리고 이것이 나 PD가 이서진에게 이 프로그램에서 원했던 것이기도 했습니다또한아무리 싫다고 말하며 불평함에도 불구하고 불 피우기요리하기우리 만들기 등 자신의 일을 확실히 하는 그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표한 것도 이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둔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만들어내는 족족 프로그램을 히트시키며 우리나라 대표 PD들을 꼽자면 반드시 언급되는 PD 나영석. 그가 프로그램을 히트시키는 비결은,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현재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것들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신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찾게 될 것입니다.



반응형

'문화 > 기타 방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니볼/스포츠와 데이터  (0) 2018.04.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