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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 내용의 주 소재가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코너에 넣은 이유는,  곳에 대한 경험도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것처럼 교훈을 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므로 양해 부탁드린다.

 

실패 박물관(The Museum of failed products), 이름만 들으면 세상의 수많은 박물관 중 특이한 박물관 중에서도 특이한 박물관일 듯 하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것들을 전시한다고? 도대체 무엇을 전시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무심코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 생각보다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우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된 실패 박물관.

이 박물관의 창업자인 로버트 맥매스에 따르면, 원래 이 곳의 명칭이 실패 박물관이 아니라고 한다. 실제 명칭은 신제품 작업소(New product works). 로버트 맥매스는 취미로 해마다 나오는 신상품들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고, 이를 진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아놓은 신제품들 중 어느 정도 인기를 얻은 제품들은 소수였고, 나머지는 시행착오란 이름으로 없어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신제품을 수집하며 결국 몇만 종류가 넘는 실패품을 모아 이 박물관을 열었다.

 

출처: https://fortune.com/2018/02/22/museum-of-failure/

단순한 냉동 라자냐(파스타의 일종. 얇은 밀가루 반죽 안에 미트 소스를 넣고 치즈를 넣어 굽는다)이지만, 다양한 냉동 라자냐 중에서도 이것만 특히 실패한 이유가 있을까. 이 제품을 개발한 회사는 소비자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지만, 회사 그 자체로 인해 실패해버렸다. 이 제품을 만든 회사의 이름은 콜게이트(colgate), 외국의 유명한 치약 회사다. 우리나라로 치면 <2080 냉동만두>, <죽염 냉동피자> 정도로 볼 수 있을까. 맛과는 상관없이, 제품과 회사 사이에 너무 괴리감이 심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Betamax

 

베타맥스(betamax), 1975년 소니에서 출시된 비디오 포맷이다. 비디오 시대가 지난 지 오래 되었음에도, 실제로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베타맥스와 같이 경쟁을 펼진 VHS에 밀렸기 때문이다. VHS보다 좋은 화질과 음질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최대 재생시간이 1시간 40분 정도로 3시간 정도인 VHS에 비해 짧아 긴 영화의 경우 두 개의 테이프가 필요하다는 것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트리니트론 TV와 워크맨으로 70~80년대 전자기기를 주름잡던 소니는 자신들만의 규격을 전 세계 표준으로 만든다는 원대한 계획이 베타맥스와 메모리스틱 등 연이은 실패로 인해 소니 내에서만 쓰는 규격이 되었고, 브라운관 TV에만 투자하느라 LED TV 개발 시기를 놓쳐 삼성, LG 등에 TV 시장 자리를 양보하게 되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Gerber_Singles

gerber 사의 <gerber singles> 이다. 바쁜 회사원들이나 학생들이 빠른 시간 안에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을 목표로 개발되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다른 요소는 둘째 치고, 이것도 위의 사례처럼 회사가 문제였다. gerber 회사의 주 생산품 중 하나가 이유식이었는데, 그 누가 이유식을 만드는 회사에서 만든 이유식처럼 보이는 음식을 먹겠는가.  

 

이외에도 기발한 아이디어, 더 나아진 상품성으로 당차게 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실패한 제품들을 모아보면,

1. 아이들을 타깃으로 보라색, 초록색 등 다양한 색깔의 케첩을 출시했지만 너무 색상의 괴리가 심해 실패한 heinz 사의 ez squirt

2. 스타벅스와 펩시가 합작하여 출시되었지만 커피와 콜라 그 어느 장점도 얻지 못한 채 실패한 커피소다 마자그란(MAZAGRAN)

3. 트위터 전용으로 발매되었지만 트위터를 제외하고는 별 기능이 없으면서 200달러에 육박하는 가격 때문에 실패한 트위터 픽(twitter peek)

4. 연기가 나지 않는 담배라는, 담배연기라는 문제를 해결했지만 정작 담배의 맛이 좋지 않아 버려진 담배

5. 요거트 샴푸. 듣기만 해도 이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에서 시큼한 요거트 냄새가 날 것 같다.

등이 있다. 더 다양한 제품을 알고 싶으면, 구글에 failured product라고만 쳐도 수십개의 실패한 제품들이 나온다.

 

실패 박물관에 전시된 수많은 실패작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제품들도 수십 번의 테스트와 수십번의 결정으로 인해 출시되었음에도 무시당하는 제품들을 보며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너무 어렵다는 생각.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 시대를 앞서 나가는 아이디어가 사소한 하나의 접점으로 인해 앞서나가는 것이 아닌 이상한 것 취급을 당하는 것을 보며 아이디어와 성공은 별개라는 생각. 실패작들만 모아놨음에도 해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보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니라는 생각. 적어도 다른 박물관과는 달리 관람하는 시간에 비해 더욱 많은 것을 얻어가는 박물관인 것 같다. 머릿속을 지나가는 수많은 생각들이 우리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전 세계가 진정되면, 직접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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